아비뇽 축제 ‘한국어 초청의 해’
2026년 7월 4일부터 7월 25일까지
제80회를 맞은 아비뇽 축제는 올해 한국어를 초청 언어로 맞이한다. 매년 하나의 언어를 초청해 공연과 글, 연출가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그 언어가 지닌 예술적 세계를 소개해 온 이 페스티벌은 서로 다른 문화와 예술이 만나는 장이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세계를 단순한 국가의 집합이 아닌, 다양한 문화와 언어가 서로 연결된 공간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비뇽 축제는 언어가 만들어내는 연결과 관계에 주목하며,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에 대한 시선을 제안한다. 각각의 언어는 고유한 가치와 역사적 기억, 다양한 문화적 배경, 그리고 공연예술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한국어를 이번 프로그램의 중심에 두며, 축제는 이 언어를 삶과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지니고 있는 다양한 관객—지역 주민, 방문객, 이주민—과의 접점을 확장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주프랑스 한국문화원과의 협력을 통해, 아비뇽 축제는 전체 프로그램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공연을 한국어로 선보이며, 낭독, 상영, 콘서트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한다.
자세한 정보는 아비뇽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www.festival-avignon.com
1도씨 (1 Degree Celsius)
2026년 7월 5일 – 7월 7일, 22시
2026년 7월 9일 – 7월 11일, 23시
안무가 허성임의 ’1도씨’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라는 현실 앞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일곱 명의 무용수가 펼치는 이번 무대는 ’걷기’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행위를 통해 인간의 움직임과 환경의 관계를 탐구한다. 지구 온도 변화의 흐름에 맞춰 섬세하게 설계된 음악과 조명은 기후 위기의 감각을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작품은 절망과 희망, 회복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신체의 에너지로 그려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
COUR DU LYCÉE SAINT-JOSEPH
62 rue des Lices
84000 AVIGNON
쿠쿠 (Cuckoo)
2026년 7월 5일, 7월 7일, 18시
2026년 7월 6일, 7월 8일, 11시
전기밥솥의 취사 완료 알림음을 듣는 순간, 작가 구자하는 깊은 고립감을 느낀다. 기계적인 소리에서 비롯된 이 감정은 개인의 외로움을 넘어 한 세대를 관통하는 단절과 무력감을 드러낸다.
1990년대 후반 한국 사회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규모 실업, 사회적 불평등, 청년 세대의 불안과 상실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 흔적은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반복되고 있다.
구자하의 ’쿠쿠’는 동아시아 식민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다루는 ’하마르티아 3부작’의 일부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오늘날의 삶에 끼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작가는 전기밥솥들과의 대화를 통해 경제 위기의 잔재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불안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역사적 사건, 사회적 트라우마, 개인의 기억을 교차시키는 이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는 씁쓸함과 다정함 사이에서 깊은 동시대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GYMNASE DU LYCÉE MISTRAL
20 boulevard Raspail
84000 AVIGNON
하리보 김치 (Haribo Kimchi)
2026년 7월 11일 – 7월 15일, 18시
대사, 음악, 영상, 로봇적 요소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공연 ’하리보 김치’는 관객을 서울의 한 포장마차로 초대한다. 미역냉국의 풍미, 칼끝에서 양파가 썰리는 소리, 뜨거운 기름에 버섯이 익어가는 냄새가 가득한 이 공간은 장어, 달팽이, 하리보 젤리곰이 등장하는 기묘한 세계로 변모한다.
구자하는 음식과 감각적 사운드를 매개로 김치 문화의 변화, 인종차별의 씁쓸한 경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개인의 고군분투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문화적 동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역설은 유머와 감각적 이미지 속에 녹아든다.
’하리보 김치’는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감각을 통해 오늘날 문화와 정체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GYMNASE DU LYCÉE MISTRAL
20 boulevard Raspail
84000 AVIGNON
섬 이야기 (Island Story)
2026년 7월 4일, 18시 30분
2026년 7월 5일 – 7월 6일, 12시, 18시 30분
’섬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학살의 역사로 남아 있는 제주 4·3사건을 조명한다. 1948년, 일본 식민지배에서 벗어남을 기리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했고, 이어진 봉기에 대한 잔혹한 진압은 수많은 희생자를 남겼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 사건은 공적 담론에서 지워졌고, 희생자들의 가족은 끝내 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과 함께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제작진은 제주 출신 배우 장성익을 중심으로 수개월간 제주 4·3 유적지를 답사하고, 생존자와 유가족의 증언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기억과 흔적을 탐구해왔다.
작품은 마지막 한 구의 유해를 찾아가는 증언의 여정을 따라, 권력에 의한 폭력이 개인과 공동체에 남긴 상처를 되짚는다. 제주 방언의 고유한 질감과 유가족의 깊은 한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한때 침묵 속에 묻혀야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집단의 기억 속에 다시 살아 숨 쉬게 한다.
GYMNASE DU LYCÉE AUBANEL
14 rue Palapharnerie
84000 AVIGNON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KIN: Yeonhee Project I)
2026년 7월 8일 – 7월 11일, 21시 30분
’긴: 연희해체프로젝트’는 전통 연희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상모와 부포, 연희 복식 등 전통적 요소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오늘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특히 오방색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전통 연희가 오늘날 어떤 방식으로 다시 존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리퀴드사운드는 지난 10여 년간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전통예술의 정체성과 확장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이번 무대를 통해 리퀴드사운드는 한국 전통문화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선보이며, 강렬한 에너지와 새로운 감각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MAHABHARATA - BAR DU FESTIVAL
10 rue des Teinturiers
84000 AVIGNON
물질 (MULJIL)
2026년 7월 4일 – 7월 7일, 22시
제주 해녀의 삶에서 영감을 받은 ’물질’은 무대 위 수조라는 특별한 공간을 통해 인간의 삶과 고뇌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공연장 중앙에 설치된 대형 수조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바다에 몸을 던져 삶을 일궈내는 해녀의 모습은, 각자의 격랑 속에서도 버텨내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과 맞닿아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결핍과 사회적 억압을 안고 살아간다. 수조 속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존재들을 상징하는 동시에,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의 위태로운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물질’은 “우리는 섬처럼 서로 떨어져 있을지라도 결국 같은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고립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회복의 가치를 묵직하게 전한다.
CLOÎTRE DES CARMES
Place des Carmes
84000 AVIGNON
눈, 눈, 눈 (Neige, neige, neige)
톨스토이 ’주인과 하인’을 바탕으로
2026년 7월 17일 – 7월 18일, 18시 30분
2026년 7월 21일 – 7월 22일, 18시 30분
판소리로 다시 태어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하인’. 소리꾼 이자람의 신작 ’눈, 눈, 눈’은 무더운 여름의 관객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혹독한 겨울의 서사 속으로 초대한다.
탐욕스러운 상인 바실리와 그의 하인 니키타는 늦은 밤 길을 잃고 눈보라 속에 고립된다. 이자람은 단 한 자루의 부채만으로 생존 본능과 인간애가 격렬하게 교차하는 인간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다.
욕망과 불안,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초상을 비추며, 작품은 ’타인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연극, 뮤지컬, 1인극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온 이자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판소리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OPÉRA GRAND AVIGNON
Place de l’Horloge
84000 AVIGNON
새 (Oiseau)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를 바탕으로
2026년 7월 15일 – 7월 16일, 22시
낭독 공연 ’새’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장 ’새’를 바탕으로 구성된 낭독 퍼포먼스다. 작품은 제주 4·3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되새긴다.
어느 날 아침, 주인공 경하는 제주에 사는 친구 인선으로부터 사고 소식과 함께 집에 홀로 남겨진 흰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폭설이 내리는 제주에 도착한 경하는 그곳에서 인선의 가족사와 제주 4·3의 학살의 역사가 서로 깊이 얽혀 있음을 마주하게 된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이혜영은 한강의 문장에 목소리를 입히며,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반복적인 주제들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역사적 트라우마, 존재의 연약함, 그리고 삶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까지—두 배우의 낭독은 깊은 울림과 함께 작품이 품고 있는 기억과 감정의 층위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COUR D’HONNEUR DU PALAIS DES PAPES
Place du Palais
84000 AVIGNON
한국연극의 역사 (The History of Korean Western Theatre)
2026년 7월 6일, 7월 8일, 18시
2026년 7월 7일, 7월 9일, 11시
구자하 작가의 ’한국연극의 역사’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연극이 그동안 서구적 문법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왜 한국 사회는 이러한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그리고 왜 셰익스피어는 여전히 그토록 거대한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가?
구자하는 이러한 흐름이 비판 없이 수용되어 온 한국 사회의 현실에 주목하며, 그 이면에 작동하는 자기검열의 기제와 현대 한국 사회의 삶의 방식, 인간관계를 형성해온 유교적 가치관의 균열을 탐구한다. 동시에 ’역사가 다르게 쓰였다면’, 혹은 ’우리의 연극이 다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진정한 ’한국적 연극’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작 ’롤링 앤 롤링’, ’쿠쿠’에 이어지는 ’하마르티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이번 무대는, 과거가 현재의 삶에 남긴 흔적을 직시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다.
GYMNASE DU LYCÉE MISTRAL
20 boulevard Raspail
84000 AVIGN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