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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 초대작가 이 배 전시회


주불한국문화원(원장 최준호)은 2008년 초대작가로 재불 중견작가 이 배를 선정, 오는 12월 17일부터 1월 21일까지 « 근원으로 »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최한다.

작가 이 배는 홍대 미대 졸업 후, 20년 가까이 파리에 거주하면서 꾸준히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로써, 2000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최근엔 파리의 RX 갤러리와 학고재 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그는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하면서, 동양인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탐구에 매진하였다. « 숯 »이라는 마티에르를 사용, 발전시킨 점을 비롯해 색채의 추상성과 공간에 있어서 또 다른 의미의 추상성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작품을 통해 이 점을 잘 알 수 있다. 특히 작가로서 바깥에서의 삶이 오히려 타자에 대한 관심의 증폭과 이의 수용, 그리고 동일화와 차별화 과정을 통해 걸러지는 주체형성의 중요한 질료임을 볼 때, 이 배의 작품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사실상 이배 작품의 검은 톤으로 거의 뒤덮인 (특히 초기) 화면은 많은 프랑스 평론가들에 의해 프랑스의 술라쥬 회화와 비교되기도 하고, 혹은 선에 대한 추구로 읽혀지기도 하며, 특히 숯이라는 재료에 대한 여러 상징적인 의미가 함께 부여되기도 한다.

이번 문화원 초대전에서는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마티에르에 대한 관심과 해석에서 벗어나, 그의 작품에 나타난 공간에 관한 문제와 타자성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회화에 있어서 « 공간의 문제 »란 결국 « 타자성에 대한 문제 »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탈 재현, 탈 이미지, 탈 주체로서 모노크롬적 회화 표면에서의 공간의 문제란 결국 무한공간과 절대시간, 죽음을 절대 타자로 여김을 뜻하고 있다. 그의 작품 세계에서 타자와의 충돌과 공존을 인정하는 것이란 무한공간 내 여백의 수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 서구과 동양의 차이 »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서구의 타자가 주로 인간과 사회를 뜻한다면, 동양의 절대 타자란 자연을 의미한다. 서구의 미니멀 아트가 주로 산업 재료에 집중되었다면, 우리의 미니멀 아트는 주로 돌, 흙 등 자연의 일부를 차용하고 있으며, 이 배의 숯이라는 재료는 이러한 차원에서 동양식 미니멀 아트의 정신 속에 위치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배의 초기 작품에서 화면 가득히 채운 « 면 »으로부터, 이후 마치 일필휘지와 같은 미니멀적 강력한 « 선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표면으로의 이동, 그리고 최근 작품에서 마치 폭발하는 순간과 같은 하나의 « 점 »으로 변화는 바로 이러한 타자성으로서 공간과 주체와의 관계 변화를 잘 표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면-선-점으로 점점 작아지는 그의 작품세계는 작가 주체가 공간으로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동시에 타자에로의 관심과 수용의 폭이 커져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신체적 제스츄어로서 하나의 선, 혹은 하나의 점이 비어있는 공간을 오히려 드러내고, 그 빈 공간에 어떤 비가시적인 운동감을 부여하며 형상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이 배의 작품에서 빈 공간은 무의미하게 비어있는 수동적 공간이 아니라, 마치 동양화의 기(氣)로 충만된 적극적 공간이며, 그림의 의미를 결정짓는 절대 조건으로서 여백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또한 그것은 공간이 형상의 흔적을 포함하고 감싸면서 이를 드러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의미로서의 빈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끊임없는 자연의 생성-소멸의 기로 가득 채워진 무위자연으로서 무한공간의 표현은 타자를 수용함과 동시에 다른 것을 생성하는 노자적 공간과 서양의 해체 철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노자적, 혹은 해체적 경향은 이 배의 작품을 이름 지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보통 추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 무제 Sans titre »조차 작명의 또 다른 형태임을 이미 알고 있는 작가는 작품의 제목을 « 이름 지을 수 없음 »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는 노자의 « 무명성 »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사실 « 무명성 »이란 « 도란 이름 지어질 수 없다 » 라는 의미로서, 마치 데리다의 루소 비판에서 고유명사의 호명 행위가 곧 말소 행위임을 의미하듯, 지시되어 분류 되어질 수 있는 개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무물(無物)에로 돌아가고자 함을 의미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또한 끝없는 반복적 제스츄어(지우기/해체), 즉 덜어냄으로의 여정인 덧붙임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로 인해 노자적 공간이란 순수 배척의 공간이 아니라, 덧붙임에 의한 즉 타자를 포함하는 혼합된 공간이자 적극적인 사유의 표현 공간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문화원 전시 이후 조만간 뉴욕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 배의 « 이름 지어질 수 없는 » 또 다른 전시가 과연 어떻게 명명될까 궁금해 하면서, 이번 전시 제목을 감히 « 근원으로 »라는 모호한 의미로 대신하고자 한다.

한편, 이 배의 작품들은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스페인 쁘리바도 알레그로 재단, 바루 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문화원 전시기획 : 김 수현

♣ 전시기간 : 2008년 12월 17일-2009년 1월21일
(주중 9시30분-18시,목요일은 20시까지 / 토요일 13시-17시)
♣ 장소 : 문화원 ( 2 avenue d’Iena 75016 Paris - 01 47 20 83 86 )
♣ 개막행사 : 12월 17일(수)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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